27/08/2026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간호협회 공동성명]
한국 보건의료가 세계와 함께할 때입니다
- 5개 보건의약단체는 차지호 의원의 WHO 사무총장 후보 지명을 적극 지지합니다
대한민국의 의사·치과의사·한의사·약사·간호사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 왔습니다.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긴밀히 협력하며 보건의료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전 세계적 보건 이슈와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당면했을 때, 자국민을 넘어 지구촌 곳곳으로 손길을 뻗으며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에도 힘을 보태 왔습니다. 우리 다섯 단체는 이러한 경험과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한마음을 모았습니다.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역량을 세계와 나누고,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고자 하는 전문가의 충심으로 이 뜻을 밝힙니다.
세계 보건에 기여해야 할 한국의료의 책임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보건의료의 경험과 기술을 나누는 나라로 성장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은 여러 나라가 배우러 오는 제도가 되었고, 보건의료인의 역량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를 넘어서는 과정은 세계가 지켜보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국민께서 만들어 주신 결과입니다.
이제 다음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만 지키면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감염병은 국경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기후로 인한 건강 피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보건 체계가 무너지면 그 여파는 국경을 넘어 결국 한국에도 미칩니다. 어려운 시기에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경험 또한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보건의료가 이제 세계가 짊어진 몫을 나눠 질 때가 되었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받은 것을 돌려주는 일이면서, 동시에 국민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WHO는 최근 재정 여건 악화로 조직과 인력을 축소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감염병과 공중보건 위기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감염병에 대한 정보와 대응체계가 충분하지 않아 전 세계가 겪었던 혼란을 국민도 생생히 기억하실 것입니다. 감염병의 조기 발견과 신속한 정보 공유, 국가 간 공조를 이끌 WHO의 역할은 오히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후 문제도 이미 보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폭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가 늘고 있고, 감염병 매개체의 서식 범위가 변하고 있으며, 물에 잠긴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진료 현장에서 이미 시작된 일입니다.
인공지능은 보건의료의 교육과 진료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 인공지능의 도입 여건에 따라 의료기관과 환자 간 혜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건강 격차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기술 발전의 성과가 일부에만 머물지 않고 모든 국민과 인류에게 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공공성과 형평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WHO에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것입니까?
첫째, 줄어든 예산 바깥에서 자원을 끌어와 공적인 목적에 쓸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둘째, 기후와 건강이 하나의 문제라는 것을 이미 다뤄 본 사람이어야 합니다. 셋째, 인공지능을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기반으로 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넷째, 제도가 닿지 않는 곳에서 실제로 환자를 본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본 것을 근거로 만들어 정책으로 옮길 줄 알아야 합니다. 현장만 아는 사람도, 연구만 아는 사람도 지금의 세계보건기구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역량을 두루 갖춘 적임자가 바로 차지호 의원입니다.
현장과 연구, 정책을 아우른 경험의 소유자 – 차지호 의원
그는 의사입니다. 2005년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첫 근무지는 병원이 아니라 하나원이었습니다. 북한을 떠나온 사람들이 남쪽에서 처음 머무는 곳입니다. 그는 그곳에서 3년 동안 약 4천 명을 진료했습니다. 그가 만난 것은 모두 몸의 병이었지만, 병의 원인은 몸에 있지 않았습니다.
3년 뒤 그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으로 갔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MSF)와 함께, 어느 나라의 국민도 아니어서 서류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진료 사업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수를 세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세지 않으면 아무도 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뒤 20년 동안 그가 간 곳은 늘 비슷한 곳이었습니다. 지진이 난 곳, 전쟁이 난 곳, 통계에 남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그는 현장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본 것을 근거로 만들기 위해 다시 공부했습니다. 2010년 옥스퍼드대학에서 강제이주학 석사를, 2017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국제보건학 박사를 마쳤습니다. 박사 논문은 인권 침해가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를 자료로 밝힌 연구였습니다. 이후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인도적 위기 대응을 가르쳤고, 국경없는의사회의 다섯 개 운영본부가 함께 만든 지도자 교육 과정을 이끌었습니다.
2021년부터는 KAIST에서 의료 인공지능을 연구했습니다. 2023년에는 눈 안쪽 혈관 사진만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연구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검사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도 사진 한 장으로 위험을 가려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일곱 개 나라의 피해를 조사하는 연구를 이끌었고, 세계보건기구의 근거 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했습니다.
지난 4월부터는 권위있는 의학학술지 랜싯(The Lancet)이 발족한 해수면상승·보건·정의위원회(The Lancet Commission on Sea Level Rise, Health, and Justice)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공공의 기반으로 다루자는 주장도 글로벌 AI 허브(Global AI Hub)라는 협력체로 만들어냈습니다. 유엔 기구 아홉 곳과 다자개발은행 다섯 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도 그중 하나입니다. 현장에서 시작해 연구로 근거를 만들고 다시 정책으로 옮긴 사람입니다. 현장경험과 연구역량, 정책 실행력을 두루 갖춘 흔치 않은 인물인 차지호 의원이야말로 WHO를 이끌 적임자입니다.
보건의약 5개 단체의 공동지지
진료 현장에서 시작된 보건의료인의 역할은 지역사회와 국가로 넓어져 왔습니다. 이제 그다음 무대는 세계입니다. 국제보건은 일부 전문가만의 별도 분야가 아니라, 이미 해오고 있는 일의 범위를 세계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환자 한 사람을 살피던 시선으로 지역을 보고, 국가를 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동안 이러한 확장을 후배들에게 말로 설명해 왔지만, 실제로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보건의료인 한 사람이 국경의 진료소에서 출발해 세계보건기구를 이끄는 자리에 선다면, 그것은 말로 하는 설명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다섯 단체가 함께 뜻을 모아 이름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섯 단체는 유능하고 비전 있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인들이 더 넓은 세계 무대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길을 열고 힘을 보태겠습니다.
정부의 조속한 후보 지명을 촉구합니다
WHO 사무총장 후보는 회원국 정부만이 제안할 수 있으며, 후보 제출 마감일은 오는 9월 24일입니다. 후보 지명이 늦어질수록 국제사회에 비전과 역량을 알리고 회원국의 이해와 지지를 구할 시간도 줄어듭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세계보건기구 각 지역 회원국이 참여하는 지역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됩니다. 조속한 후보 지명은 국제사회와 충분히 소통하고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이에 우리 5개 단체는 정부가 차지호 의원을 대한민국의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후보로 조속히 지명해 줄 것을 요청드립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보건을 이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결단을 기대합니다.
20년 전 우리는 세계보건기구를 이끌던 한국인 의사를 잃었습니다. 이종욱 사무총장입니다. 그분이 임기 중에 세상을 떠난 뒤로, 우리는 그 자리를 다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 보건의료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국민의 신뢰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그 힘을 세계와 나눌 때가 되었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그 일에 우리 다섯 단체도 우리 몫을 다하겠습니다.
2026년 8월 27일
대한의사협회 회장 김택우 ·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직무대행 이정우 ·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윤성찬 · 대한약사회 회장 권영희 · 대한간호협회 회장 신경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