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3/2026
"가족과 공동체의 서포트를 받아요"
12가지 중 네 번째, 가족과 공동체 이야기예요.
첫째는 지금 제일 바빠요. 고등학생이 되니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학교 음악 하나, 운동 하나 — 그것도 학교팀에 들어가면 월·화·목 거의 3시간씩 운동을 해요. 파이널 경기 시즌엔 학교까지 빠지면서 뛸 정도로 운동에 진심이고요. 숙제도 절대 빼먹으면 안 돼서, 밤 10시 넘어서까지 해야 할 일을 끝내느라 잠을 못 자는 날도 많아요. 아침 6시엔 또 일어나야 하고요. 방학 땐 동생들도 챙기고 엄마 아빠도 도와줬는데, 학기가 시작되면 오히려 온 가족이 첫째를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돼요. 그래도 가끔 도움이 필요할 때 조금씩이라도 함께해주니 참 감사해요.
둘째는 그나마 여유가 있는데, 뭘 하나 시작하면 늘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요. 악기 연습이든 숙제든 "엄마 도와줘" 하는 법이 없어요. 따로 공부는 안 해도 성적은 본인이 만족할 만큼 나온다니 그냥 아이를 믿어요.
셋째는 자유로운 영혼이에요. 자기중심적이고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성격인데, 가끔 기분 내키면 와서 수박껍질즙 넣는 걸 도와줘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라 책 읽고 밖에서 뛰어놀고 다치지만 않으면 괜찮다 싶어요.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제가 만든 사워도우 빵을 좋아해서 혼자 잘 썰어 토스트해서 먹는다는 거예요. 안전한 빵칼은 셋째가 제일 많이 써요.
막내는 뭐든 못 도와줘서 안달이에요. 이번에 유치원 가면서 저는 제일 큰 도우미를 잃었어요. 나이는 어린데 독립심이 강해서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예요. 제가 아이들 넷에게 한꺼번에 뭔가 요청하면, 제일 먼저 벌떡 일어나 적극적으로 도와줘요. 베큠, 설거지, 벌레 잡기, 물건 갖다주기까지 — 5세치고는 못하는 게 없어요. 손도 제법 야무지고요.
제일 실제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은 남편이에요. 예전에 남편이 도와주는 영상에 누군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네요"라는 댓글을 남기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요즘 사랑받으려면 다들 집안일도 육아도 요리도 같이 하는 추세 아닌가 싶어요. 가끔 저 혼자 오롯이 요리와 즙을 다 짤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희는 한 팀이에요. 제가 프렙하고 설거지하면 남편이 요리하고, 제가 요리하면 남편이 설거지와 뒷정리를 해요. 서로 돕고 사는 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2013년 남편이 건선(자가면역질환)으로 힘들 때는 함께 식이요법을 하며 완치한 후 재발이 없고, 2026년 제가 유방암으로 수술과 회복을 반복할 땐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고 즙도 같이 짜고 집밥도 해줬어요.
그리고 교회 공동체가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아이들 학기 중이자 운동 시즌 마지막이던 3주 동안, 공동체에서 밀트레인을 해주셨어요. 저희는 한국교회도 정말 사랑하고, 평소엔 미국 현지 교회에 출석해요.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같은 아시아권부터 브라질, 파라과이, 에콰도르, 칠레 같은 남미, 말라위·콩고 같은 아프리카, 유럽 여러 나라 사람들까지 함께 모여 예배하는 공동체예요. 그 밀트레인 기간 동안, 살면서 처음 보는 여러 나라 음식들이 멀리까지 직접 배달돼 왔어요. 간절한 기도와 응원 메시지, 카드, 방문까지 — 이런 사랑을 받으면서, 갚을 수 없는 사랑의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만나는 한국 친구들도 있어요. 다들 미국 각지에 흩어져 살지만, 정신없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지혜를 나눠주고 함께 기도해주고 집으로 식품도 보내줬어요.
그리고 이건 교회를 다니면서 새삼 느낀 거예요. 친구든 친척이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기 쉽지 않은 게 보통인데, 교회 공동체는 매주 만나면서 정말 형제자매처럼 지내게 돼요. 사정이 있어 교회를 옮겨도 여전히 형제자매인 관계가 이어지고요. 의료비 비싼 미국에서, 치과 가면 언니처럼 누나처럼 대해주시는 분, 은퇴하셔도 좋은 병원 추천해주고 궁금한 거 다 물어보라고 해주시는 의사 선생님, 자주 못 만나는데도 식구 많다고 외식하라며 통 크게 기프트카드와 현금을 챙겨준 친구와 어른들까지 — 셀 수 없이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아요.
실제로 종교 공동체와 신앙이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도 있어요. 14,277명의 암 환자를 분석한 메타분석에서, 신앙·영성이 깊을수록 사회적 관계와 대인관계 만족도가 유의하게 높았어요. 말기 암 환자 대상 연구에서도, 종교 공동체로부터 실질적인 지지를 받은 환자일수록 삶의 질이 더 좋았다는 결과가 있었고요. 식사 제공, 병원 이동 지원, 기본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실질적 도움이 정서적 지지와 함께 이뤄진다는 게 핵심이었는데, 이게 정확히 제가 겪은 밀트레인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랑을 받은 모습이었어요.
이 정도면, 저 세상을 잘 살고 있는 거 아닐까요. 받은 도움 이상으로, 잘 돕고 나누며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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